❾ 휴남동 정서의 서가

* 오랜 상처와 이별을 준비하는 정서에게
마리서사 스텝 ‘김마리’가 추천하는 책


1. 눈물 없는 뜨개

엘리자베스 짐머만, 윌스타일, 2022

유튜브가 없던 시절. 직접 만날 수 없는 사이에 어떻게 뜨개를 알려 줄 수 있을까. 기호와 그림으로 가득한 뜨개 실용서가 아닌, 할머니가 옆에서 차근차근 알려주며 같이 뜨개를 하는 것 같다. 스웨터를 뜨고 싶다면 검색창에 “스웨터 뜨는 방법”을 검색하고 동영상을 보는 것이 아닌, 『눈물 없는 뜨개』를 추천한다. 두루뭉술하지만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며 상상하고 따라가면 어느새 나만의 스웨터가 완성되어 있다. 중간중간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말한 부분까지 금방 뜨개를 하고 올 테니 기다리라는 짐머만 할머니의 귀여움이 보인다.

2. 아무튼, 명상

이은경, 위고, 2026

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수많은 질문이 떠다니고 있을 때 만난 책이다. 잔잔한 호수와 같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만이 가장 좋고 옳은 상태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불안함은 없애는 것이 아닌, 그저 모르는 채 놓아둘 줄 아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. 명상과 호흡, 그리고 요가가 저자 본인을 도와주었듯 나 또한 도와 줄 것이라 말해준다. 무엇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날. 마음이 불안해질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존재로 머물러 보자.

3. 선량한 차별주의자

김지혜, 창비, 2019

나는 버스를 탈 때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. 카페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할 때도 (시간이 좀 걸린다 뿐이지)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. 당신도 버스를 탈 때, 카페에서 주문할 때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면 우리는 특권을 누리며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사람이다. 그렇지만 누구도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.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.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사람일까. 혹시 나도 선량한 얼굴로 누군가에게 불평등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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